식물은 생각보다 피드백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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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우는 것에 흥미를 못느끼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생각, 
 
 “식물은 바로바로 피드백이 없잖아요!”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그랬다.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돌과 비슷하게 생각했으려나. 매일 들여다봐도 모습이 똑같아보이는 식물 키우는게 과연 재미있으려나 싶었던 것이다. 물론 식물을 책상앞에 두거나 집안에 놔두면 화사해지는 분위기에 일등공신이지만, 그마저도 잘 키울 자신이 없어 도전하지 않았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멍멍, 냐옹냐옹 하면서 의사표현을 하는 것도 아닌 이 아이들의 상태를 무슨 수로 체크해주며 키운단 말인가. 심지어 정말 눈에 보일만큼 자라긴 하는건지 모르겠기도 하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우리에게 익숙한 위의 두 시의 제목이 둘다 꽃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길에 피어있는 나무나 풀이 그저 내가 지나가는 길의 배경화면에 불과했다. 그냥 거기 있을뿐인, 예쁘긴 하지만 나에게 별 의미는 없는. 그런데 내가 이름을 아는 풀이 늘어나고 그것들이 매일 영차영차 조금씩 자라난다는 걸 깨닫고 나서 보니 요즘엔 길거리에 나는 풀포기 하나 예사롭지 않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나에게로 와 진짜 꽃이 되었다. 지나가는 배경으로써가 아닌 내가 이름 불러줄 수 있는 하나의 존재로서.
 
요즘 일명 ‘식멍’(식물보며 멍때리기) 시간이 늘어났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나하나 돌아보며 밤새 잘 잤는지 확인하고, 분무기로 수분 공급을 해주며 인사한다. 어디서 새잎이 올라오는지 흙에 수분이 부족하진 않은지 봐도봐도 끝이 없을만큼 보고 또 본다. 그렇게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식물이란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 존재인지. 
 
식물은 생각보다 피드백이 빠르다. 목이 마르다고 잎이 축축 쳐져 있을 때 시원한 물을 듬뿍 부어주면 바로 잎이 빳빳해진다. 예전에 물이 없어 잎이 축 쳐진 복숭아 나무에 물을 주고 다시 일어서는 동안 타임랩스로 30분정도 촬영을 해본적이 있다. 불과 30분만에 잎이 쭉쭉 일어서며 시무룩하던 잎과 줄기가 빳빳해지는 과정은 정말 놀라웠다. 식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성장이 빠른 아이들은 매일 새순을 내고 새잎과 줄기를 만들어낸다. 자신이 자라는 환경과 조금만 안맞아도 바로 시무룩하게 잎이 시들거나 쳐지고, 환경이 갖춰지면 또다시 언제그랬냐는 듯 새잎을 쭉쭉 내며 잘 자라나는 것이다. 
 
말만 못할 뿐 매 시간, 매 순간 나와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그냥 살아있는거 자체가 고마운 존재가 있다면 바로 식물이 아닐까. 가만히 있는 식물에게 물주고, 통풍시켜주고, 햇빛을 보게 해주느라 나혼자 분주한 것 같지만 결국엔 내가 더 얻어가는 게 많은 관계.  
 
초록초록 예쁜 잎 들로 집안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미세먼지도 야금야금 먹어주는 고마운 아이들에게 대화 한번 걸어보시라. 소리는 못내도 조곤조곤 속으로 행복과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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