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가 키우기 쉽다고 대체 누가 그랬어? 
예쁘게 늘어진 청초한 모습에 키우기까지 쉽다는 소문을 듣고 데려온 아이비가 우리집 식물 중 제일 말썽꾸러기다. 물을 주면 과습으로 잎 겉부분이 까맣게 말라가고, 그렇다고 물을 안주니 잎이 자꾸 동그랗게 말리면서 목 마르다고 아우성 치는 것 같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답답한 마음에 블로그를 검색해보면 가만히 놔두고 물만 줘도 잘 큰다며 매일 매일 다르게 줄기를 뻗어가는 청초한 아이비 사진이 떡하니 보인다. 이 미묘한 질투심 뭐지, 난 대체 뭘 잘못한거지.
 
아이비가 키우기 쉬워서 감당 안될만큼 잘 큰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이비를 데려오기만 하면 죽어나간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이 극단적인 녀석을 어쩌면 좋을지. 매일 들여다보며 분무기도 뿌려줘보고, 겉흙이 말라보이면 또 과습때문에 죽을새라 소심하게 물 한컵 살짝 부어줘보기도 한다. 여러 줄기들이 한꺼번에 다 말라죽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서는 연두빛 나는 새잎이 나고 있는데 줄기 숲 사이에 숨어있던 아이들은 매일 하나씩 까맣게 말라서 고개를 숙이고 마는 것이다. 까맣게 죽은 잎이 보일때마다 가위로 잘라줬더니 그 빽빽하고 풍성하던 줄기들이 이제는 듬성듬성해졌다. 이제는 더이상 마르지 않으면 좋으련만 매일 잎파리 한두개는 까맣게 말라간다.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서 내 가련한 아이비를 살려보리라.
 
분명히 처음에 왔던 나의 아이비는 이렇게 무성하고 싱싱한 상태였다. 연두빛 무늬가 싱그러운 무늬 아이비와 진한 초록색이 건강해보이는 청아이비를 보고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순간! 하지만 난 아이비를 너무 쉽게 봤던 거였다. 이미 축축한 흙 상태였던 걸 무시하고 또 한번 물을 콸콸 부어준 것이다. 어차피 먹을거 미리 먹으렴, 요런 마음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ㅠㅠ 
 
갑자기 그 연두연두하던 잎이 썩어들어가듯이 타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잎 자체가 예뻐서 애지중지 하던 녀석이 타들어가기 시작하니 어쩔 줄 모르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이비가 유일하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과습!이란다. 그때서야 심각성을 깨닫고는 바람이 통하는 뒷 베란다 쪽에 마르도록 놔두었지만 그리 쉽게 날아갈 물기가 아니었다.   
 
이대로 나의 아이비들을 보낼 순 없어! 
나는 특급방법을 생각해내고 포트에서 흙채로 아이비를 꺼내서 키친 타올로 감싸들었다. 흙에 스며들어있는 물기를 키친타올에 스며들도록 응급조치를 취했다. 키친 타올이 다 젖으면 또 걷어내고 새걸로 갈아주고 그걸 여러번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신문지를 돌돌 말아서 물기를 짜내는 방법을 반복했다. 흙이 물기를 얼마나 많이 머금었던지 그렇게 물기를 빼내는 일만 2~3시간 넘게 반복했던 것 같다. 그렇게 겨우겨우 과습 상태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다. 
무늬 아이비는 타들어간 잎이 눈의 확 띄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물을 빼주었는데, 그때만해도 청아이비는 싱싱해보여서 이 아이는 더 건강해서 과습에도 잘 견디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 청아이비는 티나지 않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나보다 ㅠㅠ   
 
 
괜찮아보이던 청아이비가 계속해서 하염없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계속 잎이 말라서 떨어질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가만히 보니 과습상태일때 화분 바깥쪽에 위치하던 뿌리들은 그나마 키친타올과 신문지를 이용해 물기를 빼줘서 과습을 벗어났는데 안쪽에 위치하던 뿌리들은 제대로 물기가 빠지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었나보다. 뿌리가 상한 줄기는 다시 살아날 수 없는 법. 결국 중간 줄기에 위치한 잎들은 다 까맣게 타서 떨어지고 줄기도 서서히 다 말라죽었다. 계속해서 말라 죽어가는 잎들을 잘라내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하지만 살아남은 아이비들이라도 잘 살려보리라 다짐했다. 
 
아이비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한 점! 
 물을 주고 나서는 꼭 통풍을 시켜줄 것! 
 
아이비는 물을 많이 준다고 무조건 죽는 아이가 아니었다. 식물백과를 찾아보니 오히려 봄에서 가을까지는 흙이 항상 촉촉하도록 유지해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환기!
아이비는 뿌리가 숨쉬는 것이 중요한 아이다. 
아이비는 물을 좋아하지만 과습은 안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럼 도대체 어쩌라는건지 어리둥절했다. 공중습도를 좋아하니 흙보다는 잎에 물을 자주 뿌려주라는 말들도 많았지만, 나는 이렇게 이해해보았다.
물을 충분히 주고 충분한 바람을 쐬어줄 것!
 
그랬더니 정말 그때부터 기적처럼 아이비가 새싹을 마구 돋아내며 다시 잘 자라기 시작했다.  
 
 
진한 초록잎들 사이에서 연두연두한 새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솟아나오고 있다. 처음에 왔던 것처럼 소복소복한 모양새는 아니지만 양쪽으로 쭉쭉 뻗어가니 그것도 나름 여유있고 예뻐보인다.  
 
아니, 이렇게 잘 자라는 애였는데 그동안 또 과습될까봐 물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고 목말라하는 아이비한테 분무질만 실컷 해줬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주고 바람 잘 통하고 햇살 나는 베란다에서 며칠을 보내면 된다.  
 
성장을 멈춘줄만 알았던 무늬 아이비도 느리지만 새싹을 열심히 내고 있는 중이다. 
 
내 손으로 죽일뻔한 아이들을 다시 어떻게든 내 손으로 살려내서 기쁘다. 
 
 
그대, 혹시 아이비 킬러인가? 
아이비는 충분한 물과 함께 충분한 바람이 필요할 뿐이다. 
아이비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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