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모를 꽃들의 향연, 5월의 봄산책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 김춘수

해가 저물어가는 오후, 우리는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다. 집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섬을 예쁘게 단장한 공원이 있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잔디가 있고,예쁜 벤치가 있는 곳. 거기가서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자며 텀블러에 따뜻한 차까지 담아들고 다정하게 집을 나섰는데 그 20분 거리는 거리 곳곳에 자리한 예쁜 이름모를 꽃들을 구경한다고 한시간 거리가 되어버렸다. 세상엔 왜이리 신기하고 예쁜 꽃들이 많은건지, 꽃집에 가지 않아도 한적한 농촌길가가 온통 꽃잔치다.

다닥다닥 붙어서 나는 예쁜 꽃들이 뭔가 튀겨먹으면 바삭바삭할 것 같다. 이렇게 예쁜 꽃이 냉이라니.

잎이 클로버랑 똑같이 생겼다했더니 이 아이는 붉은 토끼풀, 레드클로버 라고도 하는 아이다. 클로버들은 하얀꽃이 피는데 이 아이는 예쁜 클로버 잎을 달고 빨간 꽃이 핀다.

공원 잔디에 보일듯 말듯 피어있던 작은 꽃이다. 잘 못보면 딱 밟힐 것 같은 크기로 피어있다. 귀여운 선봄까치꽃이라는 이름과 선개불알풀이라는 얄궂은 이름을 같이 가졌다. 작고 보잘것 없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잔디 사이에서 충분히 존재감을 빛나는 귀엽고 예쁜 아이다.

잎은 분명 아카시아처럼 생겼는데 꽃모양이 좀 이상하다. 어쨋든 이 꽃은 벌들에게 꽤 인기가 좋아서 그 근처에선 종일 왱왱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족제비싸리’ 라는 식물이었다.
중국에서 들어와 우리나라에 완전히 귀화해버린 종이라는데 가지를 꺾거나 잎을 비비면 족제비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한다. 거기다 꽃뭉치 모양도 족제비의 꼬리랑 쏙 빼닮았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다보면 조금만 신경을 안써도 시들시들해지는 경우가 있어 식물 키우기는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밖에서 누구도 돌보아주지 않아도 이렇게 싱그럽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신기한 생각이 든다.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거름을 주지 않아도 들꽃들은 스스로 예쁨을 뽐내며 봄풍경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세상에 식물이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우리는 공원을 향해 걸었으나, 걸어가는 모든 길에 피어있던 꽃들 덕에 모든 곳이 공원이었다.

계절마다 예쁜 꽃이 피고, 뻐꾹이가 낮에도 밤에도 뻐꾹뻐꾹 울어대는 곳, 나는 이곳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