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세월도 버티는 씨앗의 신비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니 정원 곳곳에서 알 수 없는 새싹들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겨울동안 노랗게 죽어있던 잔디도 점점 초록초록한 잔디가 중간중간 보이기 시작했어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작년에 뿌려져있던 씨앗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거죠. 그 추운 겨울을 어떻게 버티다가 봄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자라나는 걸까요?

식물은 자라기 시작하기 전 씨앗 상태로 적어도 1년에서 많게는 몇 백년, 몇 천년 까지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물론 씨앗은 살아있습니다. 높게 자란 떡갈나무가 살아있듯이 그 밑에 떨어져있는 수많은 도토리들, 즉 떡갈나무의 수많은 작은 씨앗들도 여전히 살아있는거죠.
그들은 자신들이 기다리고 있던 온도와 수분, 빛의 적절한 조합이 올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립니다. 식물 하나가 활성화되어 하나의 새로운 식물로 싹이 터서 자라났다면 그건 모든 영향 요인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기 떄문입니다.

씨앗은 하나의 배아라고 볼 수 있어요.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 안에 식물의 뿌리와 싹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식물의 청사진입니다. 그 상태로 조용히 잠을 자며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연꽃 씨앗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조건을 만나면 몸을 펼치고 원래 되려고 의도했던 그 존재가 마침내 될 수 있는 것이다. 연꽃 씨앗의 껍질을 열고 배아를 성장시킨 과학자들은 그 껍질을 보존했다.
그 껍질을 방사성 탄소 연대법으로 측정한 과학자들은 그 연밥이 중국의 토탄 늪에서 2,000년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의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동안 이 작은 씨앗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버틴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작은 식물의 열망이 어느 실험실 안에서 활짝 피었다. 그 연꽃은 지금 어디 있을까.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호프 자런 ‘랩걸(Lab girl)’ 중에서>

들판의 예쁜 잡초

이런 씨앗들 중 가장 끈기있고 억척스러운 것들이 바로 우리가 잡초라고 불리는 아이들이죠. 도시에 살때는 잡초라는 존재에 대해 크게 느껴볼 일이 없었는데, 시골의 흙이 있는 땅에 살아보니 잡초는 참 무서운 녀석들입니다. 봄의 시작점에는 푸릇함이 반가워 잡초든 뭐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가만히 놔두면 몸집을 불려 텃밭의 농산물을 밀어내고 주인행세를 하지요. 뿌리도 엄청나게 깊게 파고 들어가서 초반에 안 뽑으면 정말 처리하기가 힘듭니다. 그렇게 번성하다가 겨울이 다가올떄쯤엔 또 엄청난 씨를 뿌리고 시들어 버리지요.

이런 작디 작은 잡초씨앗들도 완벽한 조건을 기다려 싹을 내는 것이겠지요? 그 잡초들도 엄청난 씨앗들중에 살아난 소수의 아이들일 겁니다.

백합 씨앗들

씨앗들이 살아있음에도 죽은척 오랜 세월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씨앗에는 발아 억제 물질이라는게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어떤 식물은 꼭 겨울을 지나야만 발아억제 물질이 분해되어 비로소 싹을 내는 식물도 있습니다. 씨앗 속에 프로그래밍 되어 일정 시기동안 저온처리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싹을 낼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한번 완벽한 조건을 맞아 싹이 트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돋아난 뿌리가 열심히 자리를 잡고 물을 빨라올려 두 장의 귀여운 떡잎을 만들어냅니다. 이 임시 상태인 두장의 떡잎이 광합성을 해 열심히 본잎이 자라나오도록 하면 비로소 떡잎은 시들어 떨어지고 비로소 그 식물은 아기상태를 벗어나 더 많이 자랄 준비가 된 어린이 식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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